깜깜이 공정위, 언론 소통 가로막는 체육회

입력
2017.05.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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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는 지난 11일 제5차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차문희)를 열었다. 안건은 대한승마협회가 음주 폭행으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김동선(29)에게 지난 3월 ‘견책’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것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여부다.

체육회 공정위는 종목위원회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재심사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이날 김동선의 징계를 논의했다. 그러나 ‘견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체육회 공정체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몇몇 위원은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더 강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수 간의 폭행이 아니고, 김동선이 이미 국가대표 자격을 잃은 데다 역대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국위선양을 한 점이 참작됐다고 한다.

폭력은 성폭력, 승부조작, 편파판정, 직무와 관련한 금품수수, 입학비리 등과 함께 체육회 공정위가 징계를 감경해 줄 수 없도록 규정해 놨을 정도로 엄벌을 천명한 구태 중 하나다. 체육계에 만연해 있어 늘 문제가 되는 ‘온정주의’의 명분 중 하나인 ‘국위선양’이 또 방패막이로 등장했다.

체육회 홍보실은 매주 금요일마다 그 다음 주에 있을 주요 행사 일정을 언론사에 배포한다. 공정위가 열리면 늘 행사 일정에 포함됐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5월 둘째 주 주간 행사에 5차 공정위는 빠져 있다. 체육회 홍보실은 “담당자가 바뀌면서 생긴 일이지 다른 배경이 있는 건 아니다. 앞으로는 공정위를 일정에 넣겠다”고 했다.

체육회 홈페이지에는 모든 분과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 명단이 공지돼 있다. 하지만 공정위만 비어 있어 누가 위원인지 알 길이 없다. 대한체육회 공정체육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상벌 등을 다루는 분과라 로비의 창구가 될 수도 있어 비공개로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부분 회원종목 단체는 공정위원 명단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전임 집행부 때는 체육회 역시 공정위 명단을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작년 4월 케냐출신 마라토너 에루페의 귀화 문제로 공정위가 열렸을 때 체육회는 공식 브리핑까지 했고, 수영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문제가 관심일 때는 당시 공정위원장이 언론 인터뷰도 했다.

하지만 새롭게 출범한 통합체육회는 달랐다. 기자가 의혹을 질의하기 위해 지난 1월 선임된 차문희 공정위원장에게 연락을 시도하려 하자 체육회는 철저히 차단에 나섰다. 체육회는 징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공정위가) 독립 기구라 사무처가 절대 개입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언론과의 소통은 가로막는 이중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체육회는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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