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꾼 美 “사드 비용 재협상”… 트럼프 직접 주도

입력
2017.05.01 06:32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

우려했던 미국의 한국 경시, 즉 ‘코리아패싱’이 최고통수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에 대해 한미간 명확한 분담 원칙이 정해져 있으며 실무자들이 내부적으로 이행의 필요성을 인정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 사드 재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사드 비용부담 논란과 관련, 당분간 기존 합의를 준수하겠지만 방위비 분담금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마찬가지로 사드 비용도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진행자인 크리스 월러스가 ‘당신이 한국 측 카운터파트에게 기존 협정(한국 부지제공, 미군 전개 및 운영유지비 부담)을 지킬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내가 한국의 카운터파트에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그 기존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 말을 지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특히 사드 재협상 방침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사드 배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냐’는 월러스의 후속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삼간 채 “사드와 관계된 문제, 향후 우리의 국방에 관계된 문제는 (앞으로) 우리의 모든 동맹국들과 할 것과 마찬가지로, 재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맥매스터 보좌관은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의 안보와 이익을 우선으로 삼겠다는 점을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강한 동맹이 필요하지만 그 일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또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으려면 모두가 각자의 정당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국측 주장대로 미국이 사드 운용비용을 분담한다는 합의가 있으며 실무자들은 이를 준수할 생각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상황이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워싱턴 관계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한국이 배제된 가운데 동북아 지역강국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당면한 안보현안이 북한 핵ㆍ미사일 해결에서 한국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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