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새 역사 최다빈, ‘연아 키즈’에서 ‘포스트 연아’까지

입력
2017.02.2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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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빈이 25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미 실내 링크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인사하고 있다. 삿포로=연합뉴스
최다빈이 25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미 실내 링크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인사하고 있다. 삿포로=연합뉴스

‘피겨 여왕’ 김연아(27)를 보고 스케이트를 탄 최다빈(17ㆍ수리고)이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피겨의 새 역사를 썼다.

최다빈은 25일 일본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에서 열린 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총점 187.54점으로 1위에 올라 한국 피겨 선수로 처음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다. 중국의 리쯔쥔이 175.60점으로 2위에 올랐고,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일본의 혼고 리카는 161.37점으로 4위에 그쳤다.

박소연(단국대)의 대체 선수로 이번 대회에 나간 최다빈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큰 일을 해냈다. 또 이번 금빛 연기로 ‘연아 키즈’에서 ‘포스트 연아’의 대표적인 주자로 우뚝 섰다. 김연아는 현역 생활을 하는 동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적이 없다.

최다빈이 연기를 마친 뒤 미소 짓고 있다. 삿포로=연합뉴스
최다빈이 연기를 마친 뒤 미소 짓고 있다. 삿포로=연합뉴스

시즌 도중 쇼트프로그램 내용을 바꾼 최다빈의 승부수가 통했다. 올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무대에 뛰어든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재즈 느낌의 ‘맘보(Mambo)’와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영화 ‘닥터 지바고’의 OST를 사용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지난달 동계체전 여고부에서 우승한 뒤 러시아 출신 안무 코치로부터 ‘맘보’ 음악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조언을 듣고 쇼트프로그램 배경음악을 바꾸기로 했다. 미국 TV 애니메니션 ‘스티븐 유니버스’의 삽입곡인 '잇츠 오버, 이즌트 잇(It's over, isn't it)'과 최근 히트한 영화 ‘라라랜드’의 OST인 '섬 원 인 더 크라우드(Some one in the crowd)'를 섞어서 새로운 쇼트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의상은 라라랜드의 여주인공 엠마 스톤이 입었던 초록색 드레스를 모티브로 삼아 제작했다.

최다빈이 쇼트프로그램을 완성한 게 4대륙 대회 개막 2주 전이었을 만큼 촉박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19일 끝난 4대륙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음악에 맞춰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쇼트프로그램 최고점(61.60점)을 찍었고, 23일 아시안게임 쇼트프로그램에서 61.30점을 받아 자신의 최고점에 육박한 성적을 받았다.

2005년 다섯 살에 피겨를 시작한 최다빈은 김연아와 비슷한 길을 걸었고, 인연도 특별했다. 김연아가 2007년 1월 피겨 꿈나무 6명을 위한 장학금 1,200만원을 내놨는데 장학금 수혜자 가운데 일곱 살 최다빈도 포함됐다. 공교롭게도 최다빈은 현재 김연아의 모교인 수리고에 재학 중이고,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최다빈은 중학교 1학년 때인 2012년 만 12세의 나이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3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2013~14시즌 ISU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두 차례 출전해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4년 3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2014 ISU 주니어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162.35점으로 6위를 차지했다. 김연아가 시니어 데뷔 직전인 2006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한국 선수로는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최다빈은 2015~16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2차, 4차 대회에서 연속 동메달을 따내며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니어 무대를 벗어난 후에는 2016년 4대륙 선수권 대회를 통해 시니어 데뷔전을 치러 8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곧바로 이어진 2016 세계선수권 데뷔전에서도 14위로 선전했다. 그리고 결국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첫 금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피겨에 새 역사를 썼다.

이제 최다빈은 내달 핀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목표로 삼고 있다. 발목을 다친 김나현(과천고)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또 한번 대체 선수로 참가한다. 이번 대회는 2018 평창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대회라서 최다빈의 어깨가 무겁다.

삿포로=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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