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쇼트트랙 기대주-체육회 관계자 ‘절친’ 된 사연

입력
2017.02.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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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윤경호 과장이 22일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쇼트트랙 1,000m를 마친 뒤 카자흐스탄 국가대표 갈리아크메토프 아딜과 셀카를 찍고 있다. 윤 과장은 이틀 전 택시비가 없어 당황했던 아딜 대신 요금을 내주며 인연을 맺었고 이날 경기에서 반갑게 재회했다.
대한체육회 윤경호 과장이 22일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쇼트트랙 1,000m를 마친 뒤 카자흐스탄 국가대표 갈리아크메토프 아딜과 셀카를 찍고 있다. 윤 과장은 이틀 전 택시비가 없어 당황했던 아딜 대신 요금을 내주며 인연을 맺었고 이날 경기에서 반갑게 재회했다.

지난 20일 오전 2017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경기가 펼쳐지는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실내링크 주차장 입구. 카자흐스탄 대표팀 점퍼를 입은 앳된 남자 선수가 택시에서 내렸다. 하지만 경기장으로 향하지 않고 택시 바로 옆에 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때마침 택시를 타기 위해 대한체육회 윤경호(45) 홍보실 과장이 그 곳으로 향했다. 어린 선수가 택시 곁을 떠나지 않자 윤 과장이 다가갔다. 상황을 보니까 말은 통하지 않고 택시비를 낼 돈이 없었던 것이다. 윤 과장은 흔쾌히 사비로 요금을 대신 지불해줬고, 이 선수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초콜릿을 윤 과장에게 보답의 의미로 전한 뒤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22일 낯익은 얼굴이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역주를 펼쳤다. 자세히 보니 윤 과장이 택시 요금을 대신 내준 선수였다. 그는 카자흐스탄 쇼트트랙 국가대표 갈리아크메토프 아딜(19)이었다. 예선을 2위로 통과한 아딜은 준준결선에서 탈락할 뻔 했지만 자신보다 먼저 들어온 선수가 실격 처리돼 준결선까지 올랐다. 하지만 준결선에서는 같은 조에서 뛴 서이라와 이정수에 밀려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우리 선수뿐만 아니라 아딜의 질주를 응원한 윤 과장은 경기를 지켜 보면서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에는 믹스트 존에서 반갑게 재회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웃으며 악수를 나눈 뒤 영어를 할 수 있는 통역을 대동해 대화를 나눴다.

아딜은 “당시 코치님이 재킷을 바꿔 입으라고 해서 갈아입고 오다가 선수단 버스를 놓쳐 택시를 타게 됐다”며 “택시에서 내릴 때 재킷 주머니에 돈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어서 정말 당황했다”고 이틀 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는데 도와줘서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그 때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인사를 못했는데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 과장은 “선수가 곤경에 빠졌는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우리 선수들도 언제 그런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면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나서서 도와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연이 있었던 선수라서 더 응원했다”며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아딜은 “나도 정말 평창 올림픽에 가고 싶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 선수들과 레이스를 펼쳐 많이 배웠고,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답했다.

대화를 마친 둘은 ‘셀카’를 다정하게 찍은 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삿포로=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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