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별별리뷰] 8년 만에 낸 엄정화 새 앨범

8년 만에 새 앨범을 낸 가수 엄정화는 "여전히 멋지게 무대에 설 수 있고 새로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리머' 뮤직비디오 캡처

‘한국의 마돈나’가 돌아왔다. 가수 엄정화가 27일 새 앨범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구운몽’)을 공개했다. 2008년 ‘디스코’ 앨범 발매 후 무려 8년 만에 낸 신보다. 무대 위 ‘원조 섹시퀸’의 귀환에 음악 팬들의 관심도 높다. 여성 솔로 댄스 가수의 기근 속에 불혹을 훌쩍 넘긴 그가 어떤 파격적인 곡과 무대로 즐거움을 선사할까.

엄정화는 전자 음악을 기반으로 한 댄스 곡 ‘드리머’와 ‘워치 미 무브’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디스코’ 앨범에서 작업했던 프로듀서 양현석(YG엔터테인먼트)이 아닌 조영철(미스틱엔터테인먼트)과 손을 잡고 낸 앨범인 만큼 음악적 변화도 도드라진다. 이날 공개된 신곡과 엄정화가 26일 SBS ‘가요대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더블 타이틀곡 무대를 바탕으로 한국일보 대중음악 담당 기자들이 ‘구운몽’의 첫 인상을 전한다. 이번 앨범은 내년 완성될 정규 앨범의 파트 1격으로 ‘오 예’ 등 총 4곡이 실렸다.

어두운 전자 음악으로 유혹하고 ‘퀴어 코드’로 도발

가수와 음악에도 궁합이 있다. 엄정화는 전자 음악을 할 때 더 빛난다. 어둡고 묵직한 비트에 그의 관능적인 목소리가 얹혀지면 매력은 배가 된다. 엄정화는 ‘구운몽’에서 ‘흑진주’가 됐다. 쓸쓸한 ‘드리머’와 어두운 ‘워치 미 무브’로 묵직한 존재감을 뽐낸다. 밝고 힙합적 색채가 강했던 ‘디스코’ 앨범과 비교해 제 옷을 입은 느낌이다.

흥미로운 건 엄정화가 꾸린 무대다.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없다. ‘드리머’와 ‘워치 미 무브’에서 남성 무용수들은 하이힐을 신고 춤을 춘다. 분장도 여성 무용수 못지 않게 화려하다. ‘퀴어(동성애) 코드’로 무대 위에서 성에 대한 고정 관념을 전복한 점이 신선하다. 신곡 무대를 보면 영화 ‘블랙스완’이 떠오른다. 엄정화는 ‘드리머’ 뮤직비디오에서 흰색과 검은색 드레스를 번갈아 입고, 무대 위에선 은색과 검은색이 반씩 섞인 구두를 신고 나온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쾌락을 쫓는 도발이, 풋풋하기만 한 걸그룹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무대라 반갑다.

다만, 타이틀곡이 심심한 게 약점이다. 특히 ‘드리머’는 너무 평범하다. 무대만큼 앨범 속에 파격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 엄정화 새 앨범 ‘구운몽’ 20자평

※★ 다섯 개 만점(☆는 반 개)

관련영상▶ 엄정화 ‘드리머’ 뮤직비디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가수 엄정화는 26일 SBS '가요대전' 에서 신곡 '드리머' 등을 부르며 관록을 뽐냈다. SBS 제공
“슬퍼서” 빛난 엄정화의 관록

무대가 보고 싶다. 엄정화의 새 앨범을 듣고 난 뒤 처음 든 생각이다. 떠올려 보면 그의 모든 곡이 그랬다. 엄정화는 요샛말로 귀 호강 가수라기보다 눈 호강에 더 충실한, 소위 퍼포먼스 아티스트에 가까웠다. SBS ‘가요대전’에서 은빛 드레스를 나부끼며 온 몸으로 노래한 디바의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역대 앨범 중 무대 위 엄정화가 가장 돋보일 만한 결과가 나왔다고.

“부르면서 슬펐다”는 그녀의 말처럼 웬만한 발라드보다 슬피 들리는 곡이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드리머’다. 참 묘하다. ‘솔직히 나도 슬퍼/ 여기까지란 생각에/ 더 이상은 뛰지 않던/ 가슴이 너무 미안했어’ 같은 뻔한 이별 가사가 엄정화의 고고한 목소리에 더해져 이토록 애처롭게 들리니 말이다. 넘치게 화려한 그녀의 삶 속에서 필연적인 외로움 한 조각을 발견한 느낌. 시종일관 슬픈 눈으로 웅장한 군무를 선보이는 뮤직비디오는 곧 활발하게 오를 무대들이 그녀에게 얼마나 비좁은 공간이 될지 암시하는 예고편이다.

또 다른 타이틀 곡 ‘워치 미 무브’는 곡 자체로만 보면 ‘드리머’보다 세련됐지만 덜 대중적이다. 물론 무대론 실망시키지 않는다.

관련영상▶ 엄정화 ‘워치 미 무브’ 뮤직비디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