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며]한국드라마에 빠진 유명 영국 작가

입력
2016.12.02 13:59

지난주 나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 가장 흥미롭고, 재능있는 영국 작가 중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작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바로 헬렌 오이예미다. 그를 이화여자대학교 근처 작은 찻집에서 만나 영국 차를 마시고, 스콘을 함께 먹었다. 그는 한국 문화, 특히 한국 드라마와 문학에 대해 놀라운 열정을 보여줬다. 헬렌은 흥미로운 시각으로 신화와 동화를 새롭게 바꾸어 이야기하고, 도플갱어와 흉가에 관한 오래전 이야기들을 재탄생시킨다. 더 놀라운 점은 아주 어린 나이에 이런 재능을 꽃피웠다는 점이다.

그는 고등학교 학생이었을 때, 초기작 ‘이카루스 소녀’를 썼다. 이 소설은 부분적으로 그의 나이지리아 유산을 활용한 것이다. 헬렌은 어릴 적 런던 남부로 이사 오기 전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자랐다. ‘이카루스 소녀’는 영국과 나이지리아의 혼합 유산을 가진 제서미라는 여덟 살 소녀의 이야기다. 제서미는 자신과 가족을 해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의 친구와 불안한 관계를 맺고 있는 문제 많은 소녀이다. 헬렌은 나이지리아 신화와 영국 공포 문학 전통의 비유와 관습들을 조합한다. 이 소설은 독특하게 조금은 오싹한 작품으로, 충격적인 데뷔였다. 이 소설은 출판 후 많은 갈채를 받았고, 당시 그는 겨우 18세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학생이었다. ‘이카루스 소녀’는 그의 책 중 한국어로 번역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헬린은 케임브리지대 졸업 후 체코 프라하에 정착하기 전까지 20대를 세계를 여행하며 보냈다. 그녀는 4개의 소설을 더 집필했는데, 주제나 문체에 있어 그의 능력을 맘껏 발휘한 것 작품들이다. ‘이카루스 소녀’ 다음으로 쿠바의 신화를 원용한 소설 ‘맞은편 집ㆍThe Opposite House’가 영국에서 출판됐다. 세 번째 소설 ‘흰색은 마녀의 것ㆍWhite is for Witching’은 소유에 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흉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영국의 마을인 도버와 케임브리지에 사는 아이티 출신 쌍둥이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작품 역시 공포소설의 관례들을 활용한다. 2011년에 그녀는 ‘미스터 폭스, 꼬리 치고 도망친 남자’를 썼고, 한국어로 번역된 그의 두 번째 소설이 되었다. 이 소설은 재치 있고, 관능적이면서 초현실적 분위기로 프랑스 민화 ‘푸른 수염의 사나이ㆍbluebeard’를 각색한 것이다. 이 작품은 중독성이 있고, 유혹적인 소설이다. 그녀의 가장 최근 작품인 ‘보이, 스노우, 버드’는 그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하다. ‘보이, 스노우, 버드’는 사악한 새엄마에 관한 소설인 동시에 ‘백설 공주’를 개작한 것이다. 오이예미는 그의 모든 소설을 통해, 신화와 동화뿐만 아니라 정체성과 인종에 대해 탐구한다. 그의 소설은 독특한 모습으로 영국적인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문학의 역사를 흥미로운 방식과 세계적인 관점에서 탐구한다.

헬렌은 3년 동안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첫 번째 방문은 주한영국문화원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2014년 주한영국문화원은 영국 독자들에게 한국 문학을 소개하기 위해 10명의 유명한 한국 작가들을 런던 도서 전시회에 초청했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헬렌과 같은 훌륭한 영국 작가들을 한국에 데려와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했다.

헬렌은 첫 방문 이후 한국에 자꾸 돌아오게 되는데, 그 이유에 대해 한국 드라마에 중독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푸른 바다의 전설’에 빠져 있다고 했다. 헬렌은 내년 호주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해 강연할 계획이다. 그는 또 한국 문학의 팬으로 황정은, 이기호, 한강 등을 좋아하는 작가들로 꼽았다. 4일 일요일 오후 4시 명동의 서울 글로벌 문화 센터에서 열리는 서울 북 앤 컬처 클럽에서 헬렌 오이예미를 만날 수 있다.

배리 웰시 서울북앤컬쳐클럽 주최자ㆍ동국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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