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호날두가 그 어려운 걸 또 해낼까

입력
2016.07.10 11:34
유로 2016이 포르투갈과 프랑스의 결승전만 남겨놓고 있다. 양 팀 공격을 책임지는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와 프랑스 폴 포그바. 유로 2016 페이스북
유로 2016이 포르투갈과 프랑스의 결승전만 남겨놓고 있다. 양 팀 공격을 책임지는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와 프랑스 폴 포그바. 유로 2016 페이스북

어제 프랑크푸르트에 나와 계시는 주재원들의 친목 골프대회가 있었다. 나는 골프를 안치기 때문에 시상식을 도와주러 갔는데 많은 분들이 칼럼을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신기하고 좋았다. 나 혼자만 떠드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가끔 민망할 때도 있었는데 이렇게 반응(?)을 보여주시니 마음이 놓였다.

이제 드디어 한 경기 남았다.

한 달 간 이어진 유로 2016이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결승전(7월 11일 월요일 오전 4시)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번 결승은 최고의 공격력을 가진 프랑스와 끈끈한 수비를 바탕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레알 마드리드)라는 슈퍼스타를 앞세운 포르투갈의 대결로 요약할 수 있다.

프랑스는 준결승에서 독일을 이긴 뒤 가파른 상승세다. 그 동안 불안했던 수비진은 최강 독일을 상대로 무실점으로 버텨내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공격에 앙투안 그리즈만(25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있다면 수비에는 골문을 든든히 지켜주는 골키퍼이자 주장인 위고 요리스(30ㆍ토트넘)가 있다. 그가 독일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몇 차례 환상적인 선방은 프랑스에 너무나 중요했다. 요리스의 풍부한 경험과 차분한 경기 운영은 이번 결승에서도 수비를 안정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공격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어 보인다.

프랑스 공격이 무서운 이유는 많은 찬스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두 번의 기회에서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리즈만이 절정의 경기력과 득점력을 보이고 있고 올리비에 지루(30ㆍ아스널), 디미트리 파예(29ㆍ웨스트햄), 폴 포그바(23ㆍ유벤투스)같은 득점이 가능한 선수들이 많은 것이 큰 힘이다.

특히 파예와 포그바 발에서 나가는 코너킥과 프리킥은 결승에서 결정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앞선 칼럼에서 자주 이야기 했지만 프랑스 선수들은 분명 상대가 주도권을 잡고 경기할 때 편해 보인다. 하지만 포르투갈 역시 이번 대회 들어 항상 수비 위주의, 보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지루할 수 있는 축구를 보여줬다. 이런 양상이 결승에서 크게 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과연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오고 프랑스가 주도권을 가지고 경기를 할 때 그들은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까.

공격의 핵인 그리즈만은 공간이 있을 때 본인이 가진 스피드와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 소속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도 역습 위주의 전술로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 선수에게 공간이 없다면? 상대가 밀집 수비를 한다면? 프랑스가 어떻게 풀어 나갈지 아마 이것이 이번 결승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될 것 같다.

호날두가 프랑스와 결승에서 전매특허인 '호우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유로 2016 페이스북
호날두가 프랑스와 결승에서 전매특허인 '호우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유로 2016 페이스북

포르투갈은 곧 호날두다. 이전에도 이 말을 쓴 적이 있다. 웨일스와 4강전을 본 뒤에는 이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나는 문득 얼마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 드라마의 대사가 생각이 났다.

“그 어려운걸 자꾸 해냅니다. 내가.”

이 대사가 호날두의 지금 상황과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그는 분명 세계 최고의 선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기록과 수많은 트로피들이 증명한다.

그러나 호날두만큼 또 호불호가 갈리는 선수도 없다.

얼마 전 독일대사관에서 근무하는 하나(차범근 감독의 큰 딸) 누나에게 문자가 왔다. 직장 동료들과 축구 얘기를 하는데 “메시가 잘 하느냐 호날두가 잘 하느냐”고 물었다. 참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누나에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는 질문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축구 실력뿐 아니라 사생활까지 모든 면에서 정반대다. 귀걸이를 한다거나 골을 넣은 뒤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치고 때로 팀 동료를 공격하는 인터뷰도 서슴지 않는 호날두와 달리 메시는 비교적 조용히 지낸다. 외모와 옷 입는 스타일, 사생활 모두 화려한 호날두.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축구 선수로는 인정받는 반면 안티도 많다.

이번 대회에서 호날두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소속팀이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하면서 그는 지난 시즌 엄청나게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더 중요한 건 호날두도 이제 서른 살이 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포르투갈의 수비적인 전술로 인한 포지션 변경으로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처럼 화려하고 공격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페널티 킥을 실축한 뒤에는 그 동안 호나우도를 못 마땅해 하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러나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 그 어려운 것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거침없이 해내버린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고비마다 이름값을 하며 포르투갈을 결승에 올려놓은 호날두. 호날두가 그 어려운 걸 또 해낼 수 있을까. 훈련장에서 밝게 웃는 모습. 유로 2016 페이스북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고비마다 이름값을 하며 포르투갈을 결승에 올려놓은 호날두. 호날두가 그 어려운 걸 또 해낼 수 있을까. 훈련장에서 밝게 웃는 모습. 유로 2016 페이스북

조별리그 마지막 헝가리전에서 포르투갈은 패하면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호날두는 어김없이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16강에 진출시켰다.

크로아티아와 16강에서는 거의 호날두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연장 후반에 자기 진영까지 내려가 수비에서 볼을 빼앗아 곧바로 공격에 가담해 히카르두 콰레스마(33ㆍ베식타스)의 득점을 도우면서 또 한 번 포르투갈을 살렸다. 웨일스와 4강전 활약상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독일의 전 대표선수 메멧 숄(46)은 호날두의 선제 헤딩 골을 본 뒤 이런 말을 했다.

“하늘에 떠서 다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헬리콥터, 새들 그리고 호날두.”

정말 그의 점프력은 엄청났다. 76cm를 점프했다고 한다.

호날두가 웨일스와 준결승에서 헤딩슛하는 장면. BBC는 호날두가 헤딩하는 순간 높이가 7피트10인치(2m38cm)에 달했다고 전했다. BBC 홈페이지 캡처
호날두가 웨일스와 준결승에서 헤딩슛하는 장면. BBC는 호날두가 헤딩하는 순간 높이가 7피트10인치(2m38cm)에 달했다고 전했다. BBC 홈페이지 캡처

호날두는 소속 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매일 가장 일찍 훈련장에 와서 가장 늦게 집에 돌아간다. 팀이 원정 경기를 갔다가 새벽 2시에 도착해도 그는 바로 집으로 향하지 않는다. 큰 욕조나 드럼통에 얼음물을 가득 채워 꼭 다리를 담그고 간다고 한다. 다리의 피로를 빠르게 회복시켜주는데 중요한 도움을 주는 일을 빼먹지 않는 것이다. 사생활이 화려하고 때로는 팀 동료들과 마찰을 빚어도 그는 누구보다 정신력이 강하다. 또 경기장 안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호날두가 어떤 상황에서도 그 어려운 걸 항상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몸 상태는 아니어도 팀이 필요로 할 때 항상 자기 몫 그 이상을 해주는 선수. 바로 호날두다.

프랑스 국민들의 거리 응원 모습. 프랑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우승을 노리는 프랑스대표팀에 엄청난 동기부여다. 유로 2016 페이스북
프랑스 국민들의 거리 응원 모습. 프랑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우승을 노리는 프랑스대표팀에 엄청난 동기부여다. 유로 2016 페이스북

프랑스와 4강전을 앞두고 독일의 요하임 뢰브(56)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이번 경기에서 프랑스 선수들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전체 국민을 상대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대표팀이 테러와 인종 차별로 힘들어하는 자국 국민들에게 유로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지. 아니면 세계 최고의 선수 호날두가 또 한 번 그 어려운걸 해낼지.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결승전이 펼쳐질 '프랑스의 축구의 성지' 스타드 드 프랑스의 전경. 유로 2016 페이스북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결승전이 펼쳐질 '프랑스의 축구의 성지' 스타드 드 프랑스의 전경. 유로 2016 페이스북

마지막 결승전.

독일이 떨어진 이상 나는 마음 편하게, 경기를 잘 하는 팀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켜 볼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크론베르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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