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무슬림이 인구 90%…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다”

입력
2016.07.03 17:22

방글라데시 테러 왜

경제난에 정치 불안정 겹쳐

“고학력 실업자 극단주의 물들어”

성소수자 활동가ㆍ시아파 등

최근 3년간 40여명 희생되기도

방글라데시 다카 테러가 일어난 음식점 근처에서 2일 주민들이 오열하며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다카 테러가 일어난 음식점 근처에서 2일 주민들이 오열하며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너무나 명백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1일 방글라데시 다카 음식점에서 자행된 테러에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예상했던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그만큼 최근 방글라데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들에 의한 공격이 급증하면서 테러의 새로운 온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3년간 방글라데시에서 극단 이슬람 세력에 의해 사살된 이들은 전국적으로 40여명에 달한다. 희생자들은 시아파, 힌두교도 등 종교적 소수자이거나 세속주의 블로거,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와 같은 인물들로 공통되게 수니파 극단주의적 동기 아래 공격을 받았다. 방글라데시에서 그동안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이슬람국가(IS)도 지난해 9월 다카에서 이탈리아인 구호 활동가를 총살하면서 본격적으로 득세하기 시작했다. 특히 방글라데시에서 테러를 저지른 범인들은 타지역과 달리 총기뿐 아니라 ‘마체테’라 불리는 큰 칼로 잔혹하게 피해자들을 살해해 공포감을 더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극단주의가 활개 치는 이유는 전체 인구(약 1억6,000만명) 중 수니파 무슬림이 90%를 차지하는 사회 구조 탓이 크다. 같은 수니파를 표방하는 극단주의 세력에게는 조직원을 끊임없이 공급받을 수 있는 일종의 ‘옥토’인 셈이다. 여기에 정치불안정, 경제난 등이 겹치면서 수니파 청년들의 동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군 준장 출신의 안보 전문가 사카왓 후세인은 “무슬림 청년 중 다수가 고학력 실업자로 전락한 상황에서 극단주의 사상에 쉽게 물들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지금 방글라데시의 ‘약한 고리’를 손보지 않는다면 곧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아시아)지역 전체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방글라데시 테러 물밑에는 IS와 알카에다 간의 오랜 세력 다툼이 자리잡고 있다. 알카에다는 1988년 파키스탄에서 창설한 후 96년부터 이미 방글라데시를 전략 거점으로 공표한 바 있다. 같은 지역으로 최근 시리아, 이라크에서 입지가 좁혀진 IS가 침투해오면서 양측은 앞다퉈 조직원들을 모집하며 세 다툼을 펼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같은 명백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적절한 대응 태세를 갖추지 않고 있다. 특히 IS는 이번 테러를 비롯해 지난해부터 벌어진 수십차례의 테러에 대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자국 내 IS 활동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IS를 젖혀둔 채 ‘자마에툴 무자헤딘 방글라데시(JMB)’ 등 자생 극단주의 반군세력이나 야당 등에 화살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당국은 1일 테러를 벌인 범인 7명에 대해서도 “모두 과격 성향의 방글라데시인들로 IS와 무관하다”라며 짐짓 자국내 IS의 세력 확대 현실을 감추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최근에는 방글라데시 정부의 반인권적 행보까지 더해져 국제사회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긴급행동대대(RAB) 등 사법당국은 지난달 중순 약 1주일만에 1만1,000여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국민당(BNP)은 집권 아와미연맹 정부가 공권력을 정적 축출에 이용한다고 반발하는 가운데, 휴먼라이츠워치 등 인권단체들도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과잉 대응이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집권세력이 IS가 아닌 반정부세력에 테러범의 굴레를 씌워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려 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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