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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박정희 정권 시절 ‘남조선해방전략당’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에게 국가가 7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부장 이은희)는 이 사건으로 억울하게 사형 당한 권재혁씨 유족에게 35억원을, 7년~무기징역 형을 받은 이일재씨 등 피해자 3명의 유족들에게는 8억~14억여원씩을 지급하도록 주문했다고 4일 밝혔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는 1968년 재일조총련의 국내 지하조직 ‘남조선해방전략단’을 조직했다는 혐의로 권씨 등 13명을 긴급 체포해 고문과 구타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국가보안법, 내란예비음모 등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재판에서 “고문이 두려워 허위자백 했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결국 권씨는 이듬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불과 두 달 뒤에 서대문형무소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이일재씨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1988년 풀려났으며, 김봉규 이형락씨는 징역 7년과 10년의 수감생활을 하고 만기출소 했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중앙정보부가 고문과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받아내 범죄사실을 조작했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유족들은 재심을 통해 2014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돼 누명을 벗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민의 기본인권을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을 보장해야 할 국가기관이 오히려 조직적으로 무고한 시민의 생명과 자유를 박탈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다시는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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