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진흙탕 싸움… 2012년 단일화 핑퐁게임 재연

입력
2015.11.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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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갈등 핵심은 총선 지분과 대선 경쟁 구도의 주도권 싸움

주류 “공천 혁신안 무력화” 반발, 비주류 “백지상태서 다시 시작해야”

중진들, DJㆍYS 전례 들어 협력 촉구…文ㆍ安 정치력 부재 지적도

김성곤 野 의원 중 첫 불출마 선언… “중진 역할” 강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9일 2차 민중대회의 평화시위 촉구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당 대표실로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9일 2차 민중대회의 평화시위 촉구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당 대표실로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전당대회라는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문재인 대표가 먼저 제안한 연대 카드를 안철수 의원이 29일 거부하고, 문 대표는 판단을 유보하는 상황이 흡사 2012년 대선 직전 후보 단일화 과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19대 대선으로 가는 핵심 길목인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문안(文安)’이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면서 “선거는 치르나마나” 라는 자조가 당 안팎에 가득하다.

문과 안의 갈등이 표면적으로는 혁신경쟁으로 보이지만 핵심은 총선 지분 나아가 향후 대선 경쟁 구도의 주도권 장악에 있다. 당장 주류 측이 안 의원의 이날 역제안을 ‘현역의원 20% 물갈이’ 등 공천 혁신안을 무력화 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나서 “전당대회 의결을 뛰어넘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며 “국가로 치면 국민 전체 선거에서 (결정)된 것을 뒤집을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만약에 시도한다면 그것을 우리는 쿠데타라고 한다”고 문 대표를 거들었다.

안 의원을 사실상 간판으로 내세운 비주류도 총선 주도권 장악의 배경을 숨기지 않았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안박 연대가 깨졌기 때문에 이제는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안 전 대표의 고언은 당에 마지막 희망과 애정을 가진 분들의 소리 없는 절규”라며 문 대표를 압박했다.

이러다 보니 당 안팎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총선을 앞두고 분당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안 의원은 이날 “혁신전대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최종 선언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표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탈당을 비롯한 중대결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문 대표 입장에서는 안 의원 제안을 받아들이면 혁신을 비롯한 총선 구도가 근본에서부터 흔들리기 때문에 쉽사리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문과 안의 사생결단은 2012년 대선 직전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에도 양측은 후보 등록 직전까지 단일화 룰을 둘러싸고 제안과 역제안을 거듭하면서 대치하다 막판에 안 의원이 사퇴를 결심했으나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함으로써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년 전에도 양측의 핑퐁게임은 많은 야권 지지자들을 지치게 만들었다”며 “단일화 이후 안 의원 지지자들이 온전히 문 대표 지지로 돌아서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또 문과 안의 정치력 부재를 근본적 문제로 지적했다. 최근 이석현 국회부의장이나 권노갑 상임고문 등 중진들도 김대중(DJ)와 김영삼(YS) 두 전 대통령의 전례를 들어 대의를 위한 두 사람의 협력을 촉구했다.

한편 호남 중진인 4선 김성곤(전남 여수시 갑) 의원이 30일 내년 총선에서 현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중진 의원의 첫 불출마 선언인데다 물갈이 여론이 높은 호남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향후 추가 불출마 선언의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당에 작은 도움이 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다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최근 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이 꼭 성사돼야 한다는 내용의 중진 의원 성명서 작성을 주도했다. 그는 최근 “통합과 화합이라는 당의 과제 해결을 위해 중진을 비롯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부탁한다”며 중진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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