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 '6.25는 남침' 명기하고 인민군 학살 강조할 듯

입력
2015.11.08 21:15

편집자주

정부가 지난 3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고시한 가운데 근현대사의 주요 쟁점들이 국정교과서에 어떻게 기술될지가 관심이다.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으로 한국전쟁의 공동책임, 북한의 군사도발 외면 등을 거론했다. 황 총리의 발언과 지난 9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안’ 등을 실마리로 향후 주요 쟁점들의 기술방향과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살펴 본다.

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국사편찬위원회 건물 교과서 관련 업무 담당 부서가 위치한 3층에 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국사편찬위원회 건물 교과서 관련 업무 담당 부서가 위치한 3층에 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쟁 남북한 공동책임론’은 정부와 여당이 현행 검인정 교과서의 문제점으로 수 차례 강조하는 대목이다. 전쟁 발발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사실이 명백함에도 현 교과서들이 남북한 모두에게 있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어 책임소재가 불분명 해졌다는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교과서 편향성의 주요 사례로 “남북간 38선의 잦은 충돌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행 교과서 중 한국전쟁의 공동책임론을 명시한 교과서는 없다. 남북한에 주둔하던 미군과 소련군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1948년) 직후 철수하자 김일성이‘적화통일’을, 이승만이 ‘북진통일’을 주장한 가운데 김일성이 소련에서 군사지원과 남침 승인을 받았다고 서술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보수세력은 본문 외 탐구주제 등에 수록된 일부 자료가 공동책임을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고 김성칠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의 일기‘역사 앞에서’의‘동기로 본다면 인민공화국이나 대한민국이나…’, ‘피차 남침과 북벌을 위하여…’ 등의 구절을 문제 삼는다. 반면 진보 진영은 전체 맥락 상 엄연히 북한의 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전쟁책임과 관련, 1980년대 이전까지 우리사회에서는 한국전쟁은 소련의 스탈린과 북의 김일성이 계획하고 주도해 남침했다고 보는 ‘전통주의’ 해석이 유일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학자 브루스 커밍스가 ‘한국전쟁의 기원’(1986) 등의 저서를 통해 일제시대와 해방정국에서 미국의 역할 등을 실증적으로 분석, 미국이 이승만의 북진통일에 암묵적으로 동의함으로써 북으로 하여금 선제남침을 유도했다는 ‘수정주의’시각을 선보였다. 이 주장은 1980년대 학계와 학생운동권을 풍미했다.

그러나 1991년 구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중국, 동유럽 등에서 김일성과 스탈린의 서신 등 남침을 뒷받침하는 비밀자료가 공개됐고 학계에서도 한국전쟁 개전 책임은‘북한의 남침’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정부가 새삼스럽게 북의 남침을 명백하게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으라고 주문하고 북한을 대결적 시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군 관계자를 집필진으로 참여시키겠다는 최근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국정교과서에는 전통주의적 시각이 강하게 투영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지난 9월 확정한‘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북한 정권의 전면적 남침으로 발발한 6ㆍ25전쟁의 전개과정과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살펴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에는 “6ㆍ25전쟁의 원인과 전개과정 및 그 결과를 이해하고 국내외적 영향을 파악하여…”로 서술해 침략 주체를 적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남침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역사학계에서는 전통주의적 시각만 강조할 경우 역사해석의 다양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학생들이 당시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사실상 역사교과서가 아닌 반공교과서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쟁참상에 대한 서술도 균형을 잃을 수 있다. 박걸순 한국근현대사학회장은 “정부가 피해자에게 배상까지 한 거창양민학살 등 국군의 전쟁범죄는 축소하고 인민군에 의한 희생만 강조할 수 있다”며 “부끄러운 역사라도 사실인 만큼 올바로 들여다 보려면 그대로 기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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