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예산국회 보이콧… 2막 오른 역사전쟁

입력
2015.11.0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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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국회 공전 불가피

野의원들 이틀째 철야 농성

정부가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확정하자 야권이 모든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 등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여권은 민생ㆍ경제를 앞세우며 정면돌파에만 골몰하고 있어 당분간 국회의 정상 가동은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야권 역시 강경투쟁 일변도로 가기엔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3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3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예산국회 보이콧… “국정화는 유신시절 긴급조치”

새정치연합은 이날 비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원 포인트’ 본회의는 물론 국회 예결특위의 예산안 심사,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정부가 비판ㆍ반대 여론을 무시한 채 국정화를 강행한 데 대한 정치적 반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조치였다.

새정치연합은 대신 의원총회와 규탄대회를 잇따라 열어 정부ㆍ여당을 강력 성토했다.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한 뒤 “오늘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 강행은 자유민주주의의 파탄을 알리는 조종이자 유신독재 시절의 긴급조치와 같다”고 맹비난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사 일정 보이콧을 천명한 뒤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것이라도 이번엔 국회 중단의 불가피성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새정치연합은 의원 70여명이 참석해 심야 의총을 연데 이어, 이틀째 철야 농성을 벌였다.

새정치연합은 동시에 중장기적인 여론전에도 대비했다. 당내 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인 도종환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현행 교과서에 적시된 6ㆍ25 전쟁 북한 책임론, 북한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비판 등을 거론하며 정부의 국정화 강행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 대표도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의 국정화 논리를 비판할 예정이다.

중장기 여론전 돌입… 출구전략도 고민

새정치연합은 그러나 내부적으로 이번 주말 이후의 대응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다. 최소한 이번 주에는 국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고 국정화 논리의 허구성을 알리는 데 집중한다지만, 마지노선(12월 2일)이 정해져 있는 예산국회를 마냥 보이콧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비판여론을 지속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앞으로는 국정화 반대여론을 학계ㆍ시민사회단체들이 이끌어가고 우리는 입법ㆍ예산심사 과정에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텐데 국회 밖에서 누가 얼마나 이끌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출구 전략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뒤늦게 ‘민생ㆍ경제’를 앞세워 야당을 압박하면서 국면전환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지금 정치권의 임무는 구태의연한 정쟁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살리기”라고 강조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야당이 역사교과서 문제를 총선용 동아줄로 여기고 있는데 민생과 경제를 외면한 동아줄은 썩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국정화 강행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재오 의원은 “글자는 바꿀 수 있어도 역사는 바꿀 수 없다”고 비판했고, 정두언 의원도 “국정화는 자유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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