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김ㆍ문ㆍ안 부산 삼국지

입력
2015.09.29 12:49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영남지역 아성을 깨기 위해 ‘낙동강 벨트’를 형성했다. 부산과 경남을 가로지르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이른바 ‘문성길 트리오(문재인, 문성근, 김정길)’를 출마시키며 바람몰이를 시도했다. 하지만 부산(전체 18석)에서 거둔 성적은 문재인, 조경태 등 단 2석에 그쳤다. 부산발 야풍(野風)은커녕, 낙동강 전선에서 고립된 모양새가 됐다. 이런 분위기는 8개월 뒤 치러진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4월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 패배의 설욕을 벼르고 있다. 혁신위원회가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부산 출마를 종용하면서 19대 총선의 리턴 매치 성격이 짙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가 부산 영도임을 감안하면 총선 판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야의 유력한 대권 후보가 맞붙는다는 점에서 ‘신 대권 삼국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자신들의 출신 지역인 부산이 각자의 운명을 쥐고 있는 셈이다.

▦ 수도권에선 “문 대표가 중앙에서 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부산 출마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혁신과 한 배를 탄 상황에서 당의 요청을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도 “유약하고 자기 희생 없는 정치인”이란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마냥 나 몰라라 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흩어졌던 측근들을 다시 규합하는 건 총선을 넘어 대선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부산을 떼어놓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문 대표가 선택할 지역구도 관심이다. 김 대표와 정면 대결을 피해 다른 지역구를 택하게 되면 출마의 명분이 퇴색된다. 지더라도 대의명분을 세워야 대선 정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영도 빅 매치’가 이뤄질 여지가 적지 않다.

▦ 부산은 YS의 3당 합당 이후 새누리당이 석권하다시피 했다.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안철수의 쌍끌이로 흥행을 일으킬 걸로 기대하지만 ‘친새누리당 정서’가 워낙 강해 두 사람의 생환조차 보장할 수 없다. 부산 새누리당 의원들은“몸값 좀 올리게 문 대표와 붙게 해달라”고 할 정도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매한가지인 새정치연합으로서는 뭐든지 해야 할 판이다. ‘총선에서 야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되길 바란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새정치연합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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