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누리, 새정치보다 월등… 똘똘 뭉쳐 총선 승리할 것"

입력
2015.09.24 04:40

서로 분열하고 분란 일으키니

국민들 기대 접고 외면하게 돼

공천 받기 위해 의원들 계파 구축

혁신위 공천제 계파 작용 여지 없애

안철수와 앙금 없고 경쟁할 뿐

安의 혁신 주장, 내 제안 화답한 것

노동개혁 필요해도 정부 방향 틀려

야권 통합의 문은 항상 열어둘 것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졌던 내홍 등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졌던 내홍 등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계파갈등으로 불거진 내홍의 한 고비를 넘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다소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재신임 카드’라는 초강수로 비주류 측 공세를 적절히 막아낸 주류 수장으로서 단호한 면모도 감추지 않았다. 문 대표는 23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제 계파나 패권주의가 작용할 여지는 확실히 없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주류 측의 맨 앞에서 지도부를 흔들었던 안철수 의원과 관계에 대해서도 “과거의 앙금이나 대립각은 전혀 없고 경쟁적 관계일 뿐”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_재신임 투표를 철회하고 최고위원들과 만찬도 했다. 당내 갈등은 정리됐다고 보나.

“그렇다. 그 동안은 당의 단합과 총선 승리보다는 자기 정치를 앞세웠다고 본다. 이에 대한 반성들이 있었고 저도 더 잘해야 한다고 반성했다. 특히 혁신위원회가 혁신의 전부일수는 없지만 공천 제도 혁신을 통해 적어도 공천 과정에서 계파나 패권주의가 작용할 여지는 없앴다고 본다. 공천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서려고 계파 만들고 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이제는 서로 뭉칠 일만 남았다.”

_재신임 투표를 철회한 이유는 뭔가.

“당무위원, 국회의원, 당 원로, 혁신위원회가 함께 나서서 당의 분란과 지도부 흔들기를 끝내자고 뜻을 모았다. 그 충정과 결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당의 민주적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하는 것이 혁신과 단합의 출발이다.”

_재신임 정국에서 개인적으로 교훈을 얻은 게 있지 않을까 싶은데.

“사람 마음이 다 같지 않다는 것이다.(웃음) 내 마음 다르고 남 마음 다르고 그렇다. (잠시 침묵하다)함께 해 나가야 한다. 혼자 마구 끌어가겠다는 생각도 무리고 조금 더디더라도 함께 나가면 나중에 리듬을 맞추고 속도도 낼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을 더 비우고 책임을 다해서 더 혁신하고 더 단합시키겠다.”

_재신임 정국에서 비주류 측은 여전히 문 대표의 약한 리더십을 공격했다.

“개인의 리더십이 약할 수도 있고 우리 당의 리더십 구조가 약할 수도 있다. ‘제왕적 총재 시대’라 불리기도 했던 김대중 대통령 이후 당내 민주주의가 커진 반면 리더십은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의원들이 공천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계파 만들고 계파에 얽매이다 보니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혁신위가 제시한 공천 혁신안을 통해 앞으로 공천이 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고 계파주의가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되면 당내 리더십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_안철수 의원과의 앙금은 완전히 씻었나.

“(강한 어조로)뭐가 이상한가, 안철수 전 대표와 한편으로 협조하며 한편으로 경쟁한다는 게 이상해 보이나? 요즘 안 의원이 혁신에 대해 말하는 것은 함께 혁신하자는 내 제안에 대한 화답이다. 특히 안 의원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국민들로부터 새로운 정치의 희망으로 평가받는 분들이 우리 당이 달라져야 할 방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주면 그것 자체로도 우리 당 혁신에 큰 도움이 된다.”

_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80석으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여전하다.

“총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지만 절박한 노력을 계속하면 희망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국민들의 신뢰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지적은 공감하지만 '80석' 같은 패배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당 혁신안을 비롯한 재신임 논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당 혁신안을 비롯한 재신임 논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_국민들이 새정치연합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버리는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나.

“잘하지 못하면서 자기들끼리 싸우니까 누가 좋아하겠나. 사실 구조적으로 지지 기반, 당세, 조직에 있어서 새누리당은 우리보다 월등하다. 열세의 정당이 이길 방법은 딱 하나, 똘똘 뭉쳐서 신명을 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도 지지와 성원을 보낼 것이다.”

_정부의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어떻게 평가하나.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다들 공감할 것이고, 구조개혁 가운데서도 노동분야가 최우선이라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다. 노동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노동자들의 처우를 높여주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노사정의 고통분담이 아닌 쉬운 해고, 정규직 임금 삭감부터 꺼냈다. 그나마 괜찮다고 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하향 평준화 하는 것이 노동개혁의 과제일 순 없다.”

_임기 절반을 지난 박근혜 정부를 평가한다면.

“한 마디로 무능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낡은 패러다임이다. 전 세계가 다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 과거의 신자유주의적 성장 정책에 안주하는 것이 문제다. 지금도 재벌 대기업 중심, 수출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성장도 안되고 일자리도 생기지 않는다. 그나마 성장의 과실은 중산층 서민으로 넘어오지 못하고 있다.”

_정치권에서 거론 중인 의원정수 확대 주장에 대한 의견은.

“의원정수의 문제는 따로 개인적 소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하다. 선거를 포함한 정치 제도는 결국 국민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다. 의원정수도 옳다 그르다 관점으로 본다면 여러 소신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지금 대다수 여론은 의원정수 늘리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당연히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고 그 토대 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_소신은 찬성이라는 뜻인가.

“그런 말로 오해를 사고 싶지도 않다. 이건 개인적 소신을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권역별 비례제조차 현재의 의원정수로도 가능하다. 지금 같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로도 실현 가능하다는 게 우리 당의 주장이다.”

_내년 총선에 앞서 야권통합을 제시했는데 현실성이 있나. 정의당이나 천정배 의원은 반발하고 있는데.

“그게 정치다. 서로 경쟁하며 비판도 하다가 마음이 맞으면 언젠가 통합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을 향한 대의명분이다. 국민들은 야권이 단합해서 다음 총선에서 이기라고 요구한다. 2017년 정권교체는 야권 모두에게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물론 야권통합은 우리당이 호남 기득권으로 행세해 온 낡은 모습을 극복하고 정치 개혁에 앞장서 온 저력을 얼마나 빨리 되찾는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_시대정신과 부합하는 문재인의 가치는 무엇인가.

“‘더 평등한 세상’이다. 지금과 같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더 성장하지 못하고 패망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증오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인터뷰=김정곤 정치부장 jkkim@hankookilbo.com

정리=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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