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테크, 국정원과 거래 후 3년째 기업정보 공개 안해

입력
2015.07.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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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ㆍ매출액 등 기록도 없어

"재무 탄탄해져 대출 불필요" 분석

'비밀거래 배경' 대표 간 진술 엇갈려

2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나나테크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나나테크는 국정원과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의 원격제어시스템(RCS) 구매를 중개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나나테크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나나테크는 국정원과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의 원격제어시스템(RCS) 구매를 중개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국가정보원의 해킹프로그램 구매를 대행한 나나테크가 국정원과 거래를 시작한 2012년 이후 3년째 기업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3년 간의 매출액 등 기업정보는 공개될 경우 국정원과의 거래 규모를 파악할 단서가 될 수 있다.

22일 나나테크의 기업 신용평가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나나테크는 2011년 말까지 KT, SKT, LGU+ 등 국내 굴지의 통신사업자에게 통신설비를 공급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통신회사 가운데 하나인 일본 NTT를 주요 매출처로 가지고 있을 만큼 업계 네트워크도 탄탄했다.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나나테크의 매출액은 2008년 5억2,100만원에서 2011년 약 8억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나나테크의 매출액, 주요 매출처 등 기업 정보는 국정원과 이탈리아 해킹업체 ‘해킹팀’ 사이 거래를 중개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나나테크는 2015년까지 3년째 거래처, 매출처 등에 대한 재무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국정원과의 거래 이후 금융기관에 돈을 빌리지 않을 만큼 재무구조가 탄탄해졌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국정원과의 거래가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정보업계 한 관계자는 “가령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평가가 필요해 기업정보가 공개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기록이 없다는 것은 2012년 이후 대출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나나테크의 주요 매출처로 확인된 업체들도 2011년 이후 거래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방송 통신기기 공급사 관계자는 “2010년부터 2년 간 모 대기업의 방송센터 이전 프로젝트를 수주했을 때 해당 기업이 나나테크에 설치공사를 맡길 것을 요구해 함께 일한 적이 있다”며 “그 이후 거래는 전무하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비밀 거래를 하게 된 배경을 놓고 공동대표인 허손구(60)씨와 한모(65)씨의 증언이 엇갈리는 점도 의혹을 낳는 부분이다.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허씨는 “한 사장이 당시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 참석해 각종 브로슈어를 가져왔고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으로도 보내 연락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한씨는 “회사가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연루된 것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 허씨는 문제의 해킹 프로그램이 ‘중국내 내국인’을 대상으로 사용됐다는 주장을 했다. 현재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허씨는 “(해킹의)주된 타킷은 중국에 있다”며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대상을 중국에 있는 내국인으로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내국인 사찰은 없고 대상은 모두 해외 대공용의자”라고 밝힌 국정원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중국 등 외국에서 첩보 활동을 한 사실이 추후 밝혀질 경우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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