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테이너, 예능을 요리하다

입력
2015.05.1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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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백종원, 요리하면서 깨알 연애 정보까지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자들, 다양한 캐릭터 보는 재미 더해

스타 요리사들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사진은 백종원. MBC 제공
스타 요리사들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사진은 백종원. MBC 제공
정창욱. JTBC제공
정창욱. JTBC제공
이연복. JTBC제공
이연복. JTBC제공
최현석. JTBC제공
최현석. JTBC제공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춤까지 춘다. 연애 기술 전수는 옵션이다. 가수? 배우? 연애코치? 모두 틀렸다. 다름 아닌 스타 셰프들이다. 한 손엔 칼, 다른 손엔 기타를 들고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빈다.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들이 예능국의 없어서는 안 될 보석이자 대세가 될 줄을.

“여자친구한테 스파게티 대접할 때 면이 잘 안 익었으면 ‘알단테로 했는데 어때?’라고 말해봐요. 있어 보이게.” ‘백 주부’ ‘방송천재’ ‘슈가보이’라는 별명이 줄줄이 붙은 백종원은 1인 인터넷방송 포맷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요리하다 연애 팁까지 알려준다. 중간 정도의 면 삶기인 알단테를 설명하다가 “면이 푹 잘 익었어도 ‘알단테로 안했어’라고 말하면 멋있잖아~”라며 ‘깨알’ 연애정보를 전수하는 것. 50대 백종원이 10~30대와 통하는 순간이다. 20여년 간 요식업계에 몸담으며 외식사업가 겸 요리연구가로 통한 그지만, TV 속에선 그저 요리 좋아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옆집 아줌마일 뿐이다. 별명 그대로 푸근한 ‘백 주부’다. 계량용기에 의존하지 않고 밥그릇과 국자로 양을 조절해 한식 양식 중식을 속성으로 만들어내는 솜씨는 주부들 저리 가라다. 소박하면서도 친근한 말투는 방송 3주 연속 인터넷 실시간 시청률 1위를 고수하는 이유다. 쟁쟁한 김구라, 걸그룹 AOA의 초아 등을 제치고 말이다.

요리와 예능을 가미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세프들의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더하다. 과도한 몸짓으로 ‘허세’별명을 얻은 최현석, 웹툰 작가이면서 자취 경력으로 자신만의 요리세계를 갖춘 ‘허당’ 김풍, 일식과 양식 등 퓨전요리를 당차게 선보이는 ‘깔끔 승부사’ 정창욱, 40년 넘는 경력에도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는 ‘따뜻한 고수’ 이연복 셰프 등이 맛깔스러운 요리와 예능감으로 시너지를 높인다. 지난 4일 가수 양희은의 냉장고에서 나온 식재료로 최현석 이연복 셰프가 펼친 ‘스푼 파스타’와 ‘연복쌈’의 대결에선 이 셰프가 승리했다. “다음주에는 다시 ‘허세’로 돌아오겠다”는 최 셰프의 반응은 지난 6개월 간 ‘냉장고를 부탁해’를 봐온 시청자에게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방송에서 요리 프로그램은 꾸준히 늘었지만 먹방에서 쿡방으로의 전환에 기폭제가 된 것은 tvN ‘삼시세끼-어촌편’의 차승원 아니 ‘차줌마’ 열풍이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10여명의 셰프들이 발군의 요리 실력과 재치, 센스 등 매력을 쏟아내며 시청률 4% 안팎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제는 몸으로 부딪히고 말솜씨로 승부를 거는 프로그램들도 앞다퉈 셰프들이 출연한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예능국 PD는 “셰프가 없다면 요새 예능은 예능도 아니”라며 “섭외 1순위”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여세를 몰아 이달에도 셰프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tvN은 아예 백종원의 이름을 딴 요리프로그램 ‘집밥 백선생’(19일 첫 방송)을 준비했고, 직접 텃밭에서 가꾼 식재료로 요리를 해먹는 KBS2 ‘인간의 조건3’(23일 첫 방송)에도 최현석 정창욱 셰프가 고정 멤버로 합류했다. 각 지역의 요리고수들이 대결하는 ‘한식대첩 시즌3’(21일 방송)에서 백종원과 최현석 셰프가 시즌2에 이어 호흡을 맞추고, 연예인들의 토크쇼인 SBS ‘힐링 캠프’는 이달 중 이연복 최현석 셰프를 특급 게스트로 초대한다.

올리브TV의 요리 프로그램 ‘올리브쇼 2015’의 신상호 PD는 “요즘 방송에 출연하는 셰프들은 모두 외모와 끼가 출중하다”며 “자신을 표현하는데 솔직하고 거침 없어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고 말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박진경 PD는 “셰프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특히 젊은 층의 코드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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