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엄태구, 식구에 애착 강한 우곤 연기

입력
2015.05.05 16:19

"멋있는 척 하지 않으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요."

영화 '차이나타운'을 본 사람이라면 배우 엄태구의 말이 반어적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엄태구는 말 대신 눈으로 영화를 살렸다. 남성 관객에게는 외로운 사나이의 로망을, 여성 관객에게는 옴므 파탈의 매력을 한껏 풍겼다. '모래시계'의 이정재, '아저씨'의 원빈과 같은 향을 풍긴 엄태구와 마주 앉았다.

-시사 때 어리숙한 인터뷰가 화제였다.

"원래 낯을 많이 가리고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 때는 필요 이상으로 당황하고 떨어서 할 말도 못했다."

-극중 우곤 캐릭터를 설명해달라.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엄마의 오른팔로,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식구다. 사람을 죽일 때 눈 하나 깜짝 않는 인물이지만 동생처럼 자란 일영(김고은)에게는 남다른 감정을 느낀다. 영화 '드라이브'의 라이언 고슬링을 참고했다. 특히 동물 중에 늑대가 우곤을 닮아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눈빛이나 선 굵은 마스크 등 캐릭터가 멋졌다.

"사실 시나리오상 우곤이 멋있는 게 장애물이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멋있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말 대신 눈빛으로 연기했다.

"수정 전 시나리오일 때 '모래시계'의 이정재 선배를 많이 떠올렸다. 표정이나 대사 없이 연기하는 느낌 말이다. 원래 대사는 더 없었는데 후시 녹음에서 늘었다. 대사가 (비교적) 없어 편할 줄 알았는데 달리 표현해야 해서 헷갈렸다."

-연기의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나.

"한준희 감독을 믿고 의지했다. 여느 작품보다 감독의 지시를 믿고 따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우곤이 볼을 다친 일영을 한번 올려다 보는 순간이 편하게 보여진 것 같다. 일영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보여줬다. 또 '엄마 미워하면 안돼'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우곤에게 엄마와 일영은 어떤 존재인가.

"엄마는 우곤의 정신과 육체를 모두 소유한 사람이다. 절대적이자 신앙 같은 존재다. 일영은 정신적으로 애정을 가진 게 아니었을까. 일영에 대한 감정을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 어느 정도 좋아해야 할까, 좋아하는 감정의 색깔이 다른데 일영은 어떤 색일까 고민했다. 일영은 친어머니와 같은 느낌으로 두고 연기했다."

-우곤에 대한 결말이 아쉽다.

"그 얘기를 열 번도 더 들었다. 어떻게 보면 허무하지만 뻔하지 않다고 본다."

-김혜수와의 호흡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선배님의 연기 덕분에 영화가 재미있게 만들어졌다. 현장에서는 다른 방식의 엄마였다. 후배들이 의지하는 걸 아셨는데 그걸 짊어지면서 본인의 일에 중심을 잡았다. 심지어 뒷풀이 때 고기를 구워 접시에 올려줄 정도로 세심하시다."

-김고은과는 어땠나.

"원래 팬이었다. 의상 피팅 때 처음 만났는데,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이었는데 정말 예뻐 말도 제대로 못했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을 때 먼저 손을 내밀어줘 큰 힘이 됐다. 우곤이의 감정 중에 내가 좋아한 점도 조금 들어가 있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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