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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문서 발견

日, 57년 자위대 핵무장 등 의견 묻자

美, 나토 방식 핵대여 의향 밝혀

美 수소폭타 실험에 日 선박 피폭

일본 내 반핵 여론 확산돼 실현 못해

일본이 1950년대 일본 자위대 창설직후 미국에 핵무기 대여 의향을 묻자 미국이 긍정적인 견해를 밝힌 공문서가 공개됐다. 이 문서는 교도통신과 구루사키 아키라 후쿠시마대 준교수(국제정치학)가 미 워싱턴 근교 미국 국립공문서관에서 발견했다.

18일 교도통신이 공개한 1958년 2월17일자 미 통합참모본부 문서에 따르면 1957년 9월24~28일 미군과 자위대는 핵무기를 상정한 공동도상훈련 ‘후지’를 실시했다. 장소는 기록돼있지 않지만 방위성 방위연구소 등의 자료에 따르면 도쿄도와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캠프 드레이크내로 보인다.

문서는 훈련 당시 일본측 책임자를 맡은 자위대 간부가 미국측에 ▦자위대에 핵 무기를 대여할 의향 ▦일본이 핵 무장을 결정할 경우 미국은 지원할 것인가를 물었다. 미 통합참모본부(합참)는 검토결과 “핵 무기에 관한 지원 여부는 일본의 요망과 능력에 달렸다”면서도 “미국은 자위대에 적절한 핵 무기를 도입할 것을 희망하며, 자위대는 가장 근대적인 일반 무기와 핵 무기를 구비해야 한다”는 견해를 결정, 본부 내부용으로 태평양군사령관에게 전달했다.

또 1958년 9월17일자 미 합참 문서는 “미국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ㆍNATO) 방식으로 동맹국에 핵을 지원할 의향”이라며 “운용능력을 구축하는 일본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나토는 지금도 핵 공유 정책의 하나로 독일, 벨기에 등 유럽 5개국에 180발의 핵탄두를 배치하고 있다.

미 합참이 나토와 같은 방식으로 자위대에 핵무기를 제공, 유사시 공동 사용하는 정책을 고려한 것은 1950년대 미국 아이젠하워 정권이 극동에서 핵무기 실전 사용을 검토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구상은 1954년 수소폭탄 실험으로 일본 선박 제5후쿠류마루호가 피폭한 비키니 사건 등을 계기로 일본내 반핵 여론이 확산되면서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개된 일본의 외교문서에서도 1970년 9월 미국을 방문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방위장관이 멜빈 레어드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도중 미국의 일본내 핵무기 반입 허용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교도통신은 “피폭국 일본은 비핵국가의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들 몰래 군 최고지휘부가 핵 공유를 구상하고 있었다는 전후사의 이면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전했다.

한편 “핵무기는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1967년)을 발표한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는 1966년 일본 외무성을 중심으로 유엔총회에서 핵무기 반입 금지에 반대하는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사토 전 총리는 94년 이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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