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 묵묵히 지나친 朴

입력
2014.10.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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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국민 가슴에 대못 박아"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를 찾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뒤 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뒤쪽으로 세월호 유가족대표들이 피켓을 들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를 찾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뒤 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뒤쪽으로 세월호 유가족대표들이 피켓을 들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지만 국회 본청 앞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은 끝내 외면했다. 유가족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스쳐가는 박 대통령을 향해 “우리가 죄인이냐”고 외쳤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40분께 국회 본청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1시간 전부터 대통령을 기다렸던 세월호 유족 90여명은 양쪽으로 줄 지어 선 채 세월호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대통령님 살려주세요”“만나주세요” 라고 울부짖었다.

그러나 경찰과 청와대 경호실 인력에 둘러싸여 유족들의 모습은 가려졌고, 박 대통령은 마중 나온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배웅을 받은 채 서둘러 본청 안으로 들어갔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대했던 유족들은 “우리가 죄인이냐”“눈도 한번 못 맞추고 가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오열했다. 뒤 이어 본청에 도착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손 한번 잡아주고 약간의 관심이라도 표명해주면 유족에게도 큰 힘이 되고 국민에게도 아주 환영 받을 것 같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과 회동 자리에서 재차 유가족의 염원을 꺼냈다. 문 위원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머니 같이 따뜻하게 품는 대통령이어야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된다. 오늘 들어오실 때 (유족들과) 악수했냐. 나가실 때 꼭 악수하십시오”라고 직접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문 위원장의 요청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회동 직후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박 대통령은 2시간 뒤 여야 지도부 회동을 끝내고 본청을 나갈 때도 유족들을 모른 척 했다.

야당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월호를 지우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이 얼마나 힘드냐.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그야말로 얼음공주”라고 혀를 찼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서도 야당은 “일방적 정책 홍보 연설”“국회에게 책임만, 국민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연설”이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한정애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전작권 환수, 세월호, 자원외교 국부유출 등 국민이 듣고 싶고 궁금한 부분에 대해선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고,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은 “장밋빛 전망만 하는 일방적 홍보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어려운 경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희생 없이 국회와 국민에게 다 떠넘겼다”고 쏘아 붙였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에서 시정연설과 여야 영수회담을 마치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와 함께 나갈 때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이 본청 2층 정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에서 시정연설과 여야 영수회담을 마치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와 함께 나갈 때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이 본청 2층 정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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