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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비판, 행정부 할일 외면

페리호 선령제한 25년축소 말뿐

검경 민간인사찰 수구업무대행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세월호특별법이 합의 아닌 합의에 이르렀다. 특별검사추천위원에 대한 국회몫 4인을 여당과 야당이 함께 의논하기로 했으니까 실제로는 유족들로부터 반발을 산 1차 합의안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런데도 대형언론에서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유족들을 찾아가 눈물로 호소한 것이 먹혔다거나 눈물호소에도 합의안을 거부한 유족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투로 보도를 했다.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라고 망언하는 등 유족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던 집권당 원내대표가 느닷없이 찾아와 울었다고 진심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모든 일이 박근혜대통령이 국회가 일을 안 한다고 질타한 이후 급속도로 이뤄졌다. 국회의원들이 3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몰라서 그렇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국회에 대해 저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가 거꾸로 가니까 국회나 질타하고 있는 행정부의 수반은 행정부가 얼마나 일을안하고 있는지는 아예 관심 밖인 모양이다.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1)해운사의 무한이기주의 경영 2)정부의 관리감독 소홀 3)조난 후 정부의 무책임 대처, 특히 해경의 고의적으로 보이는 구조외면이 꼽히지만 정부는 1)에 집중하고 2)는 인정하되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며 3)은 해경해체를 선포한 후 진상을 덮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사고 당일에 긴급하게 위기상황실을 열지 않은 것은 물론 행적을 감추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청와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좋다. 행정부는 1)과 2)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그 문제에서 행정부 역할은 하고 있었나 따져보자.

세월호는 오래된 배인데도 운항허가가 나고 마음대로 설계변경하고 운항규정을 어겨도 출항이 가능했기에 사고가 터졌다. 모든 업무는 해양수산부 관할이다. 다만 설계변경의 심사나 운항규정의 준수를 한국선급협회와 해운조합에 관리대행을 맡겼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 해양수산부는 느슨한 법은 개정하고 문제를 일으킨 감독대행기관들을 추달하고 다른 방안을 실행했어야 했다. 현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30년까지 선박운항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법규정(2009년 이명박 정부)에 대해 ‘선령은 20년까지로 하고

매년 엄격한 선령검사를 받는 것을 전제로 5년까지만 연장허용한다’로 바꾸겠다는 뜻을 밝힌 게 고작이다. 진한 글씨만이 달라진 부분인데 이 법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실행되기 때문에 길어도 넉 달이면 바꿀 수 있다. 그런데도 세월호 참사로부터 넉 달반이 지난 9월2일에 정책안을 발표한 게 고작이다. 이 법안의 대상조차 페리호에 국한돼 있다. 9월30일 선령 27년의 유람선 바캉스호가 사고가 나니까 유람선도 고친다고 법석만 떤다. ‘복원성이 저하되는 선박개조는 일체 불허한다’는, 당연해서 하나마나인 말도 법률개정안에는 들어있다.

감독기관에 대한 추달이나 변경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와중에 한국선주협회를 따라 향응성 외유를 간 의원들에 대한 조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중에는 김무성 여당대표도 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그 중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인천)이 유일한데 그조차 선박업체 뇌물보다 보좌관 월급 떼먹은 것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해경은 해체한다고 대통령이 발표만 했지 실제로는 내년 예산을 9.9% 증액하기로 했다. 사고책임 진다는 총리도 유임이다. 선박안전판정은 여전히 한국선급과 선박안전기술공단이 맡으며 외국 선급업체에도 개방하겠다는 안을 내놓았을 뿐이다. 도대체 행정부가 할 일은 무얼 했나.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은 안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행정부가 아주 열심이었다.특히 검찰이 앞장서서 대통령에 관한 루머를 실었다는 산께이신문이나 외신 번역자에 대한 수사를 벌이더니 인터넷 공간은 물론이고 카톡이라는 사생활 공간을 사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심지어 2일 수구언론사가 고소했다는 명분을 들어 트윗 내용을 꼬투리 삼아 현직 언론인 조능희 피디(MBC)를 긴급체포하기까지 했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엉뚱한 짓은 그만 두고 밥값은 하고 살자. 행정부야.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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