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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국민은 의원을 갈수록 우습게 보는데

여전한 으름장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정치 수준이 어떻게 국민의 수준인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민은 의원을 갈수록 우습게 보는데

여전한 으름장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정치 수준이 어떻게 국민의 수준인가

20년도 더 전에 어떤 주간지가 ‘국회의원이면 다냐면 다냐’라는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국회의원에게 불친절한 음식점 종업원들의 행태를 꼬집는 기사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회의원들을 경멸하는 사람들은 “국회의원이면 다냐?”고 말하곤 한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으름장에 대한 반문이다. 그 기사는 공인들이 지명도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겪는 맹점을 꼬집은 역발상의 기획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역시 “국회의원이면 다냐”고 따질 수밖에 없고, “국회의원이면 다냐면 다다.”라고 뻗대는 게 맞을 것 같다. 하는 짓거리라고는 이쁜 게 하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욕먹을까, 그것만 궁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세월호 유족들과 저녁 회식을 한 여성 국회의원 김현 씨가 오래 기다린 대리기사가 돌아가려 하자 “어디 가? 거기 안 서?”, “너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김 의원 일행에게 폭행당한 대리기사는 나중에 방송 인터뷰에서 “대리기사가 왜 국회의원에게 굽실거려야 되느냐”고 말했다. 국회의원에게 굽실거리기는커녕 오히려 우습게 보는 국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접을 받을 만큼 품격을 지키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존경까지는 아니라도 신뢰와 애정을 보내지 않겠는가.

총리 후보로까지 올랐던 김태호 의원은 순직한 소방관들 영결식장에 여당 대표로 갔다가 일부 참석자들과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옆에 선 여성 경찰간부는 V자를 들어 보이기도 했는데, 요청에 의해 사진을 찍었다지만 그야말로 경우가 없는 행동이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골프장에서 캐디를 성추행하다가 미국 골프매체에도 소개되는 국제 망신을 했다. 그는 캐디들에게 ‘기피고객’으로 찍혀 있었다는 말도 들린다. 전·현직 의원들의 막말과 행패 추태는 다 손꼽을 수도 없다.

이런 사람들이 모이고 합쳐서 이루어진 국회의 수준이 오죽할까. 모든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사람들이 방탄국회 소집이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는 언제 싸웠냐는 듯 합심협력을 하고 있다. 19대 국회는 세월호 정국 5개월 동안 입법기능이 마비됐고, 품위 손상 등의 이유로 올라온 의원 징계안 32건은 하나도 처리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이다. 국회 해산, 정당 개편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추석보너스 387만여원을 반납키로 했다고 한다. 추석 연휴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보너스 받고 배 부르냐”였다는데, 가슴에 찔려서 그 돈을 쓸 수가 없더라는 것이다. 그런 말이라도 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치권은 국회 운영 개선과 의원 품위 향상, 특권 내려놓기 등을 수시로 약속해왔지만 지켜진 것은 거의 없다. 새로 원이 구성되고 국회의장이 취임하면 늘 의회정치 쇄신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발족된다. 시작은 거창하지만 그런 기구가 건의한 내용을 국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구는 장식품이고 회의에 쓸 수 있는 돈은 의외로 많다. 나는 지난해 그런 기구에 참여한 바 있는데, 정치자금을 모으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출판기념회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은 일반인 위원이 아니라 전직 국회의원이었다. 실상을 잘 알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이 문제도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

지금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절박한 상황과 필요에 의해 혁신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별로 기대는 하지 않는다. 특히 야당의 행태를 보건대 그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살 만한 혁신을 해내리라고 보기 어렵다. 욕이나 하며 살 수밖에 없다. 정말 듣기 싫은 것은 정치 수준을 비판하는 데 대해서 “그런 사람들을 누가 뽑아줬나. 정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일 뿐이다.”라고 하는 말이다.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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