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월드컵을 지켜보며

입력
2014.07.11 20:00

선수 기용 잘못·전략 부재에 거짓말

장관 인선에도 똑같은 문제점투성이

즐거운 게 하나 없는 2014한국인들

왜 이렇게 즐거운 뉴스가 없을까? 2월에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은메달을 딴 것부터 월드컵 축구에 이르기까지 불쾌한 일의 연속이다. 특히 세월호 사고는 한국인들을 죄책감과 무력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했고, 국무총리 인선을 비롯한 인사파동은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축구 이야기를 해보자. 시중에 떠도는 ‘이명박과 홍명보의 공통점’. 이MB는 정주영과 손잡았고 홍MB는 박주영과 손잡았다. 이MB도 고려대, 홍MB도 고려대, 이MB는 인맥정치, 홍MB는 인맥축구. 이MB는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말아먹고 홍MB는 월드컵을 말아먹었다.

한국 축구는 우리의 문제점과 고질을 그대로 드러내 주었다. 우선 월드컵을 불과 1년 앞두고 감독을 선임했다. 사람을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데 우리는 너무도 쉽게 사람을 쓰고 너무도 쉽게 버린다. 영웅에서 역적으로 전락하는 건 금방이다. 홍명보는 훌륭한 선수였고 유능한 축구 지도자였다. 그런데 이번의 선수 기용이나 전략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무슨 압력이라도 받은 것일까.

사퇴 의사를 밝힌 홍 감독을 주저앉힌 축구협회는 며칠이 지나서야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 홍 감독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과 16강 탈락 다음 날의 회식 사실이 알려진 뒤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구아수 폭포 관광을 제의했지만 더 이상 감독에게 짐을 지우기 싫다고 해서 가지 않고 뒤풀이회식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폭포 앞에서 기념촬영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드러났다.

대표팀이 마지막 경기를 치른 상파울루는 브라질의 유일한 대한항공 직항 도시다. 경기가 열린 상파울루 아레나에서는 시내보다 공항이 더 가깝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선을 타고 2박3일 이구아수 행을 택했으니 멍청이가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었을 거라고 지적한 축구팬이 있다.

이구아수에 훈련캠프를 차린 것도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 조의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 모두 상파울루에 캠프를 차렸다. 특히 알제리 캠프의 잔디는 월드컵 구장과 같았다고 한다. 폭포로 먹고 사는 촌동네를 고른 것은 축구협회 임원과 스태프들이 관광을 겸한 훈련캠프를 원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대표팀은 16강 진출이 무산된 뒤 마무리훈련을 한다며 이구아수로 돌아갔는데, 탈락한 팀의 마무리 훈련이란 개그에 불과하다. 결국 대표팀은 이구아수 관광을 했다.

축구협회의 주먹구구 운영, 장기적 안목이 없는 감독 선임, 전략과 정보 부재, 의리에 얽매인 선수 기용에 거짓말까지 한국사회의 총체적 문제점을 다 보여준 게 2014월드컵 대표팀의 모습이다. 폭포를 보고 안 보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거짓말을 하는 게 문제인 것이다.

이번에 우승이 유력한 독일팀의 요아힘 뢰브 감독은 2006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도 2년간의 코치생활을 거친 다음이다. 1990년대 중후반 ‘녹슨 전차’라고 놀림을 받던 독일은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독일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앴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23명 중 11명, 이번엔 23명 중 6명이 외국계다. 독일은 ‘게르만 순혈주의’를 버린 다음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있는 선수들도 제대로 기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3년 전 그토록 귀화를 원하는 브라질 선수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게 어디 축구만의 이야기일까? 요즘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면서 선수 기용을 어떻게 이리도 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문화부장관 후보자는 경기를 망치려는 기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관중의 야유와 외면을 자초하기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일까. 어떤 차원의 ‘순혈’인지, 무엇을 지향하는 고집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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