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숙칼럼]범죄를 처벌하라

입력
2014.07.10 20:09

건전한 시민도 못되는 장관후보

편법 탈법 처벌해야 적폐 끊어

불법 눈감으면 국가개조는 개악

문창극 총리후보에 대한 비판이 들끓을 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공식입장은 ‘청문회를 통해 진상을 밝힐 기회는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를 비롯해 여러 국무위원 후보에 대해 비판이 쏟아질 때도 그랬다. 언론에 등장한 문제들은 증거가 있었지만 그래도 정부 여당은 청문회를 통해서 정확히 밝혀야 할 일이라 그랬다. 이 말은 청문회 결과 문제가 진실로 드러나면 그때는 조치하겠다는 뜻이어야 한다. 그래서 청문회는 개최되었다.

청문회 결과 문제는 역시 문제였다. 김명수 후보는 제자의 논문을 가로챘고 실적을 허위로 올렸으며 남의 연구비를 떼먹었다. 그는 관행이라 했는데 이렇게 더러운 현실이 대학가의 관행이라면 더더욱 그는 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바로잡을 기회조차 묻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공무원인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신분으로 사교육업체의 주식을 사고팔기를 거듭했으며 그 중 일부는 회사 내부정보를 입수하고 거래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는 부동산 거래시 다운계약서를 써서 5,000만원 가까운 세금을 내지 않았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보유하고 청문회가 다가오자 급히 고추를 심는 거짓술수까지 부렸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의 죄질은 평생에 걸쳐서 속이고 떼먹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군대를 다니며 학위를 마치고 역시 서울대 교수라는 공무원 신분으로 학교의 허락을 받지 않고 각종 외부 자문위원을 하며 돈을 받는가 하면 언제 교수 역할을 하나 싶게 외부활동에 할애한 시간도, 그로 인해 벌어들인 소득도 많다. 소득을 감춰서 탈세도 했다. 부동산 투기는 부인했으나 위장전입은 인정했다.

정성근 문화부 장관 후보는 상습적인 음주운전과 수구적 가치관만 문제가 되었으나 청문회를 계기로 더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났다. 자녀 둘을 불법조기유학 시켰으며 그 결과 아내와 딸이 미국영주권을 갖고 있다.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소유권 이전등기를 늦추는 불법도 저질렀다. 뻔뻔한 거짓말은 더욱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음주운전이 대리기사를 보내고 집 근처에서 잠시 이뤄진 것처럼 발언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이들 모두가 건전한 시민 자격도 없는 사람들인데 무슨 장관을 하나. 내 한 몸만 위하면서 막 살아온 이들이 과연 장관감인지 검증하는 국회청문회가 열리기 이틀 전 정홍원 총리는 국가개조를 위해 ‘국가개조범국민대책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범죄자를 처벌하기는커녕 장관으로 모시면서 이 정부가 무슨 개조를 하겠다는 것인가. 그런 개조라면 개선이 아닌 개악이 분명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음주운전 경력 하나만으로 1급 자리에조차 오를 수 없었고 동일한 논문을 중복게재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부총리를 물러나야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 기준은 급격히 떨어져서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에 따른 탈세, 군복무 특혜 등이 각료들의 당연한 사양이 되었지만 박근혜 정부에 비하면 양반이다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말끝마다 한국사회의 문제는 지금 이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 쌓여온 ‘적폐’라고 말한다. 진짜 그렇게 믿고 싶으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오래된 문제들을 끊으면 된다. 잘한 사람은 상주고 범죄자는 처벌하면 된다. 공직에 나섬으로써 부끄러운 과거들이 모두 드러나는 정도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충분히 이뤄진 것이다. 이제 한 걸음 나아가 잘못에 따른 처벌까지 확실히 받아야 이명박 정부는 물론 노무현 정부보다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게 바로 적폐를 해소하고 국가를 개선하는 가장 쉽고 단순하고 명확한 해결책이다. 박근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박근혜 정부는 ‘국가개조범국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국가개조를 하겠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범죄자들을 장관으로 임명할 태세다. 이런 식이라면 국가개조범국민대책위원들은 또 얼마나 어마어마한 범죄자들이 들어설까. 그들이 국가개조를 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에 묻는다. 국민을 얼마나 얕잡아 보면 건전한 시민자격도 없는 파렴치한 이들을 공복으로 부리겠다는 것인가.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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