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논란 증폭

입력
2014.06.1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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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에 대한 불편한 사실 알아야"

저자 박유하 교수

"일본의 사죄는 필요

보상 노력 인정하면서

실질적 해법 찾아야"

"日軍과 동지적 관계? 허위·명예훼손"

박선아 변호사

"저자의 日 책임 부정이 문제

일부 민간재단의 보상은

일본정부의 포장일 뿐"

박유하 교수(왼쪽), 박선아 변호사
박유하 교수(왼쪽), 박선아 변호사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책 ‘제국의 위안부’(뿌리와 이파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9명이 16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저자와 출판사를 고소하고 다음날 출판ㆍ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자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제국의 위안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 책이 일본의 시각에서 기술됐다고 지적한다. 일부의 이야기를 근거로 위안부와 일본군인이 동지적 관계였다고 하거나 위안부라는 전쟁 성범죄를 매춘으로 보는 이 책의 시각이 잘못됐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책을 쓴 박유하 세종대 일문과 교수는 과거에 일부라도 존재했던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가 온라인에서 책의 내용을 비판하면서 논쟁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19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를 찾아 학교에 재직 중인 저자의 사죄와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일문일답을 통해 저자와, 할머니들의 소송을 돕는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주장을 소개한다.

박유하 세종대 일문과 교수(‘제국의 위안부’ 저자)

_책에서 위안부를 ‘업자가 개입된 매매춘’이라고 주장했는데.

“위안부 동원에는 여러 형태가 있었다. 내가 만난 할머니는 직업소개소에 갔다가 위안부가 됐다고 했다. 업자가 매개한 인신매매의 형태도 존재한다. 물론 업자에게 속아서 동원된 경우도 있다.”

_이런 주장이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일본 정부가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는지 여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일본이 식민 지배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우리가 정확히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책을 쓴 것이다.”

_책을 쓴 취지는 무엇인가.

“실질적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나도 일본의 사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근거가 될 법이 일본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과거 여러 차례 실패하지 않았는가. 그런 전례를 감안할 때 일본 정부의 국고보조금을 통한 보상도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_일본이 1993년 고노 담화 발표 이후 조성한 아시아여성기금에 긍정적인 것 같은데.

“우리는 아시아여성기금을 민간기금이라며 부정하는데 기금의 90% 이상을 일본 정부가 냈다. 이 기금으로 이미 60여분의 할머니가 보상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 일본의 이런 노력을 인정하면서 ‘그러나’라는 논리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_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위안부 문제로 일본에 사과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나는 문 후보자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의 사죄는 필요하다. 다만 위안부에 관한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비판하고 사죄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나눔의집 고문 변호사)

_책의 어떤 내용이 문제인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기술이 허위임이 입증돼야 한다. 표현ㆍ출판의 자유에 해당하는 부분은 문제 삼지 않았다. 그 범주를 벗어나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허위 사실을 토대로 대응한 것이다. 나머지는 학문적 토론으로 해결해야 한다.”

_어떤 것이 허위 사실인가.

“위안부를 두고 ‘동지적 관계’라거나 ‘협력자’라고 한 표현이 여러 번 나온다. 문학작품이라면 몰라도 역사서 형태의 책에서 그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문제다. 위안부를 ‘가난한 여성들의 매춘업’으로 한 것도 악의적이다. 저자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개입 또는 책임을 배제하려 하고 있다. ‘당시에 성노동이 법적으로 금지돼있지 않아 국가의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고 1차적으로 업자와 군인 개인의 문제로 물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는 부분이다.”

_저자는 아시아여성기금이 실질적으로 일본 정부 기금이었다고 주장한다.

“민간을 통한 보상과 법적 책임은 다르다. 위안부 할머니 일부가 민간재단을 통해 보상을 받은 것으로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다했다는 것인가. 일본 정부의 포장일 뿐이다.”

_일본의 법적 배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다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법이든 시행령이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 배상의 근거가 되는 법령이 일본에서 마련돼야 국가 책임이 공식 인정되는 것이다. 고노담화 번복 논란이 반복되는 것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의 사과와 법적 배상을 통한 책임이 인정되고 그것이 번복되지 않으려면 하나의 조문이라도 법률로 남겨놔야 한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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