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독서 중] 김석희 번역가 '신의 산으로 떠난 여행'

입력
2012.03.3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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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은?

"미국 작가 피터 매티슨의 <神의 山으로 떠난 여행>(원제는 인데,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왜 이 책을?

"회갑년을 지내고 나자 문득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졌지만, 타고난 게으름이 발목을 붙잡는다. 이럴 때 택할 수 있는 길은 책으로 여행하는 것. 이번에는 히말라야로 떠나기 위해 피터 매티슨이 1973년 가을에 걸어갔던 산길을 따라간다. 그는 세상에서 희귀한 동물인 눈표범을 보고 싶어 티베트 고원의 크리스탈 산으로 떠났던 것이다. 내가 번역하고 싶었던, 그러나 기회를 놓쳐 아쉬워했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좋은 점은?

"9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두 달 남짓 하루도 빠짐없이 써 내려간 일기체 기행문. 하루하루 힘든 산행이 계속될수록, 눈보라 속에서 대자연을 바라보던 경외의 눈길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는 깨달음으로 변한다. 산행의 기록은 순례의 기록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 경험하는 내면의 변화는 종교적 진리라고 부를 수 있는 차원과 맞물리면서 우리의 영혼을 흔든다. 그리고 현란한 자연 묘사와 극한 상황에서 흔들리는 인간 심리의 묘사를 멋지게 중첩시킨 저자의 글솜씨는 이 책을 문학의 최고봉 자리에 올려놓고 있다.(이 책은 발표된 1979년과 이듬해에 연이어 '전미도서상' 현대사상부문과 논픽션부문에서 수상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인상적인 대목은?

"산행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잠을 자다가 하늘 높이 떠오르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러다가 떨어지는 것이 무서워서 잠에서 일부러 깨어난다. 이때 저자는 어느 일본 선사한테 들은 말을 떠올린다. "무거워지지 마십시오. 가벼워지세요. 언제나 가벼움이 가득하도록!"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아름다움은, 설산의 눈표범을 그토록 간절히 보고 싶어했지만 끝내 보지 못한 데 있다."

―추천한다면?

"기행문학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망설일 것 없다. 탈것을 이용한 여행기가 아니다. '한 번에 한 발짝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생존 모험의 기록인 것이다. 독자들에게 바라건대, 저자의 체험을 읽을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펼쳐진 세계를 상상할 것. 책에 적혀 있는 문장을 읽을 것이 아니라 그 행간에 스며 있는 영혼의 울림을 느낄 것."

<신의 산으로 떠난 여행>은 미국의 탐험가이자 소설가인 피터 매티슨이 알래스카, 아프리카, 뉴기니, 남미, 네팔 등 전 세계 야생지역 곳곳을 탐험하고 쓴 주옥 같은 여행서들 중 한 권이다. 가혹한 히말라야 여행을 경험하며 저자는 '빛'을 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모든 소유욕을 버리는 것, 마음을 비우기 위해 단순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강조한다. 이한중 옮김. 갈라파고스ㆍ418쪽ㆍ1만3,500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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