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읽기 / '귀여운 여인'은 '토마토'의 후편?

입력
2001.02.01 00:00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농락하는 것도 아니고. 불과 2, 3년 밖에 안된 드라마를 우리가 기억 못할 줄 압니까?"(KBS 인터넷)KBS 미니시리즈 '귀여운 여인'(월, 화 밤 9시 50분)이 1999년 방송된 SBS '토마토'를 그대로 베꼈다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주인공 한수리 (박선영)는 '토마토'의 김희선을, 가진 것은 배경밖에 없는 실력없는 디자이너로 한수리를 괴롭히는 독고진(김채연)은 김지영을 그대로 닮아 있다.

게다가 든든한 후원자 역의 김훈(이창훈)은 김상중을, 고독한 반항아로 나오는 김준휘(안재모)는 김석훈의 캐릭터를 쏙 빼놓은 듯 하다.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역경을 극복하고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플롯 역시 '토마토''퀸'등 신데렐라식 성공스토리의 판박이다.

주용만 최란 최종원 등 조연들의 과장된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특히 30일 방송에서 독고진이 한수리의 디자인을 베껴 공모전에 출품하여 당선되는 장면은 그야말로 토마토의 '구두'를 '가방'으로 바꿔놓았을 뿐이다.

사실 '토마토'역시 방영 당시 1998년 '미스터 큐'에서 소재를 속옷에서 가방으로, 김희선을 제외한 배역진의 얼굴만 바꾸고는 그대로 베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을동화'성공 이후 KBS 미니시리즈는 같은 구도의 삼각관계를 반복한다. 따뜻하고 속깊은 남자(송승헌 박용하 이창훈)와 반항적이지만 외로운 남자(원빈 김상경 안재모)가 동시에 캔디 같은 여주인공(송혜교 윤손하 박선영)을 사랑하는 구도를 답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귀여운 여인'은 다른 방송사 트렌디 드라마의 모티브까지 그대로 베껴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드라마의 자기복제가 계속되는 이유를 제작진은 "어차피 트렌디 드라마의 구도는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라고 무책임하게 말한다.

거기에는 부끄러운 속사정이 있다. '귀여운 여인'의 경우 제작진은 '애초 30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려 했으나 성인층을 공략하는 '루키'와 '아줌마'를 고려하여 방향을 급선회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것이다.

적은 제작비, 여의치 않은 캐스팅 등도 '졸속' '모방'드라마가 양산되는 이유로 지적되곤 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배역만 바꾼 옛 드라마의 '리메이크판'을 보아야 할까. 인기 드라마의 기본 구도를 본따 '기본'시청률을 확보하려는 제작진의 안이한 자세가 계속될수록 시청자의 화도 커진다.

'토마토'를 그대로 베꼈다는 비난을 받고있는 KBS미니시리즈 '귀여운 여인'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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