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세기 띄운다지만… 자국민 절반 ‘우한 탈출’ 힘들다

입력
2020.01.28 09:23
수정
2020.01.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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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정원 230명에 불과

표 있어도 우한공항까지 갈 방법 없는 경우도 있어

“의심 환자 바글대는 전세기 타느니 남겠다”는 입장도

2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2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전세기를 띄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폐렴)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남은 자국민들을 대피시킬 예정인 가운데 미국인들의 절반 이상이 ‘우한 탈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한에 남아 있는 미 국적 시민 중 절반 이상이 전세기 표를 구하지 못하거나, 비행기를 이용한 탈출 방법 등에 우려를 표하며 우한에 남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의심 환자가 많은 비행기에 타면 오히려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교통 통제로 공항까지 갈 방법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WSJ는 밝혔다.

미 정부는 28일 전세기를 동원해 우한 주재 미국 영사관에 파견된 외교관들과 그들의 가족, 미국 시민들을 자국으로 데려올 방침이다. WSJ에 따르면 우한에서 출발할 예정인 이 전세기는 알래스카주 앵커리지를 경유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온타리오에 착륙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전세기의 정원은 230명으로, 미 국무부가 파악 중인 우한 내 남아 있는 미국 시민 약 1,000여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절반 이상의 미국인이 자의로든, 타의로든 우한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27일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끼고 있다. 토론토=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27일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끼고 있다. 토론토=AFP 연합뉴스

휴가를 위해 우한을 방문했던 한 여성의 경우 미 대사관에 자신의 전세기 좌석이 확보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문의 메일을 보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자 수주치 식량을 확보하는 등 우한에 남을 준비를 마쳤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여성과 결혼해 우한에 정착했다는 벤자민 윌슨씨는 “방법이 있다면 일곱 살 딸 아이만이라도 본국(미국)으로 보내고 싶다”면서도 “(미국 국적이 아닌) 아내를 남기고 떠날 수는 없다”고 했다.

전세기 티켓을 구하고도 공항에 갈 방법을 찾지 못해 곤란에 빠진 경우도 있었다. 우한에 거주하는 프리실라 디키씨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여덟 살 딸 아이의 전세기 좌석까지 겨우 확보했지만 (비행기가 이륙하는) 우한 공항까지 갈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일부 미국인들은 우한에 남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는 입장이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브랜다이스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우한으로 출장을 간 아버지가 밀폐된 전세기 안에서 다른 환자들에게 감염돼 가족에게까지 병을 옮길까 걱정하고 있다”며 현지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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