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비준ㆍ슈퍼예산 심사... 정기국회 첫날부터 충돌

입력
2018.09.03 18:30
수정
2018.09.03 21:4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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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비준동의에 압도적 찬성”

문희상 의장 개회사서 강조하자

야당들 강행처리 명분쌓기 의심

470조원 규모 정부예산안 심사

소득주도성장 논쟁의 격전지로

민주당 “사수” 한국당 “삭감”

문희상 국회의장과 각 당 국회의원, 그리고 국무위원들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과 각 당 국회의원, 그리고 국무위원들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3일 개원식을 갖고 100일간의 정기국회 대장정을 시작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후반기 첫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일 잘하는 실력 국회를 만들어 국민 신뢰를 얻자”고 역설했지만 여야의 앞날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4ㆍ27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까지 곳곳이 지뢰밭이다.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난 약 471조원 규모의 슈퍼예산안 심사 또한 정부의 경제기조와 맞물리며 여야의 정면대결이 예고돼 있다. 개혁입법 역시 산넘어 산이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문 의장도 9월 안에 열린 예정인 3차 남ㆍ북정상회담에 앞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문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국민의 72%가 국회의 비준동의에 압도적으로 지지하며 찬성하고 있다”며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주도는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비준동의안 처리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에서는 문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3차 정상회담까지 한 달이 채 안 남은 만큼 직권상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한국당 출신의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전례가 있다. 야당은 이에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로 맞섰다.

470조5,000억원 규모의 2019년도 정부예산안 심사는 여야가 벌이는 ‘소득주도성장’ 논쟁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일찌감치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겨냥해 새해 예산안을 ‘장하성 예산’ ‘세금 중독 예산’으로 규정하며 대폭 삭감을 벼르고 있다. 함진규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특히 일자리 예산과 관련해 국민 혈세를 마구 쓰는 부분이 있다면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내년도에 지급할 근로장려금(EITC) 지급액이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보다 3.6배 늘어날 예정”이라며 “정부가 정책이 아니라 대놓고 돈으로 메꾸려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올해보다 17조원 가량 증가한 162조2,000억원 규모 복지예산, 아울러 23조5,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 사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성장세가 이어지는 등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은데도,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경기는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는 것은 그간 경제의 한 축인 정부가 재정을 적절이 집행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해찬 대표 선출 이후 열린 첫 고위당정청 회의에서도 정부가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민생ㆍ규제 개선 법안 처리를 놓고도 여야는 정기국회 첫날 회동부터 삐걱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도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민생ㆍ규제 개선 법안 처리를 거듭 호소했지만, 여야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민주당 홍영표ㆍ한국당 김성태ㆍ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개원 첫날을 맞아 거듭 회동을 하며 쟁점법안 처리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일련의 법안 처리는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실타래가 더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장관 5명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등 9명의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함 정책위의장은 “이미 결격 사유로 볼 수 있는 문제가 드러난 후보자도 있다”며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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